일기를 쓰다

그는 일기를 쓰는 남자다

그것은 아주 오래 전 버릇이라

자신이 언제부터 일기를 썼는지

그는 기억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10살 때부터 쓴 일기장을

수십권 가지고 있어서

그런 일기가 어쩌면 그에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일기를 쓰기 보다는 

생각이 나는대로 일기를 쓰는 편이었다

그리고 사건보다는 소소한 일에 대해서 쓰는 것을

더 좋아했다

가령 오늘은 고기를 먹었다, 오늘은 커피를 마셨다

오늘은 누구를 만났다 등등

그는 사건에 대한 서술 보다는 묘사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것이 오히려 진실에 가깝다고 믿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는 세상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묘사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그는 이런 묘사에 취중한 일기를 계속해서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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